사귄지 6년차에 접어들 무렵부터 우리의 관계에는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나를 향한 사랑이 그렇게 컸다는 말이 새삼스럽고 고마웠다. 또 그런 만큼 사랑의 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을 때 당혹스러웠다는 그 말이 슬펐다.
사랑하지만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는다.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그에게 더 이상 우리 관계의 미래를 장담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작은 일탈이 있었다는 것, 그러니 헤어지는게 좋겠다는 말까지 듣고서도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지난 일요일 그가 그렇게 고백한 이후 나는 진짜 헤어짐을 준비하기로 했다.
의심 없이 그 사람에게 기대었던 마음을 서서히 떼어내기 위해서 먼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 헤어졌어 라고 소리내어 말했다. 그건 난 이미 헤어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나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아마 우리는, 정말로 헤어질테니까.
몇 번 소리내어 말하면서 그렇게 내 마음이 점차 이별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는 내가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접어두고서 일단 지금은,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