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41003

유연하고단단하게 2014. 10. 3. 14:52

 


2박 4일의 홍콩 일정을 마치고 새벽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뒤에 앉은 양복 입은 아저씨 때문에 의자를 젖히지도 못하고, 옆에 앉은 동남아 청년이 계속 뒤척뒤척거리는 바람에 깊이 자지를 못했다. 자리를 옮겼다간 예민한 척한다고 팀원들이 꿍시렁거릴까봐 꾹 참고 그냥 세시간의 비행을 버텼더니 컴퓨터를 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이 어지럽다.

 

올해 초 스위스 출장을 다녀왔을 때는 못되쳐먹은 과장년과 공감능력 제로인 남자 상사놈들로부터 하도 갈굼을 당해서 귀국하자마자 다음날까지 꼭 인생계획을 다시 세워서 사표를 내리라 다짐했는데, 어영부영 살다보니 갈굼의 횟수도 잦아들고 다시 또 버틸만 해져서 이렇게 결국 두번째 홍콩 출장을 다녀오게 됐다.

 

홍콩은 꽉 막히는 교통, 숨막히는 날씨, 오염된 공기, 개미지옥처럼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도시라 결코 살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맛있는게 많아서 가을 겨울에 짤막히 여행가기엔 좋은 곳이다. 가깝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볼 거리는 홍콩보다 마카오가 더 많은 것 같다.

 

어쨌든 홍콩을 세번 다녀오니 딱히 다시 가고픈 생각은 안든다. 딤섬도 버블티도 인제 우리나라에 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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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를 쓰려고 마음먹은 궁극적인 이유는 모두까기인형 인성쓰레기 H과장과 성격 좋은 척하면서 남자만 좋아하고 후배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여우같은 S대리를 씹기 위함이었는데, 잠을 좀 자고 일어나서 얼마 전에 산 커피캡슐머신에서 (칼로리를 무시하고) 마끼아또를 내려 먹으면서 좋아하는 아이도루 노래를 들으며 타자를 치다보니까 마음이 정화되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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