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에 관한 유의미한 발견은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후회하더군요. 연애, 재정, 가족, 교육 등등. 그 심층구조를 들여다보니 후회는 4가지로 정리됐어요.
첫째,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 후회. 둘째,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 셋째,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넷째,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입니다.
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후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소 지으며)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어요. 괴롭혔던 사람에게 사과할 수도 있고, 흉한 문신은 지울 수도 있죠. 차선책으로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어요. 가령 “그 사람이랑 결혼한 건 후회하지만 ‘적어도’ 예쁜 두 아이를 얻었잖아”처럼요.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대부분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후회의 심층구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담성 후회’와 ‘관계성 후회’로 나타났습니다.
‘성공적인 후회’는 우리의 내러티브 능력에 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내러티브 능력이 왜 중요하지요?
심리학자 댄 맥아담스에 의하면 우리는 이야기로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이때 오염 서사와 구원 서사, 두 가지 전통 서사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죠. 정체성이 오염 서사에 뿌리를 둔 사람은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반면, 구원 서사에 뿌리를 둔 사람은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뤄냅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구원 서사’로 묘사하는 건 큰 도움이 됩니다. 구원 서사 속에서는 전화위복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건강하게 후회하는 건 쉽지 않아요. 우울한 감정이 함께 덮치면 덫에 빠진 것 같죠. 현실이 그렇기에 에디트 피아프의 ‘후회하지 않아’라는 노래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한 게 아닐까요?
피아프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열창한 노래로 유명해졌지만, 안타깝게도 후회에 사로잡힌 채 비참한 파산자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지고 말았어요. 그 일화는 사람들이 공공연히 내세우는 후회에 대한 인식과 실제 현실 간의 괴리를 적확하게 보여줍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착각하는 게 있어요. 인간의 목적이 기쁨을 느끼는 것이라는 거죠. 천만에요. 인간의 목적은 생존입니다. 후회는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우리가 하루빨리 자기 기만에서 벗어날수록 배우고 성장할 수 있어요.
그는 후회를 최소화하는 것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핵심은 후회의 최소화가 아니라 최적화다.
평생 무수히 많은 결정을 내리는 만큼 빈틈없이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건 불가능해요. 관건은 ‘올바른 후회’를 최소화하는 거죠. 그게 바로 후회의 최적화입니다.
후회의 최적화는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말씀드렸듯이 연구를 통해 4가지 범주의 후회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첫째,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기반성 후회), 둘째,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합당한 기회를 붙잡지 못한 것(대담성 후회), 셋째, 옳은 행동을 하지 못한 것(도덕성 후회), 넷째,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한 것(관계성 후회).
훗날 뼈저리게 통탄하게 될 4가지 핵심 후회는 최소화하는 데 힘쓰되, 그 외의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적당히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족합니다. 그러면 행복해질 거예요.
만족하는 태도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실제로 대부분의 결정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만큼 인생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기대 수준을 조정하고, 다음 기회에 더 나은 선택을 통해 만회도 가능하지요. 왜 그 이상한 식당을 선택했는지, 왜 이 셔츠를 사기로 했는지 1년 후엔 기억조차 안 날 거예요. 오히려 모든 선택에서 최고의 쾌락을 찾고 자신의 통제감을 높이고자 하는 것은 오만입니다. 후회에 집착하는 사람만큼이나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습니다.
한편 성실의 범주인 기반성 후회가 뒤늦게 시작된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먹고, 운동하고, 공부하고, 저축하는 것과 같은 일상의 선택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폭발적인 이익 또는 해악을 낳죠. 단 한 번의 결정이 격변을 일으키는 게 아니에요. 삶의 기반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헤밍웨이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에는 파산에 관한 대화가 나옵니다.
“어쩌다 파산했나?”
“두 가지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그리고 갑자기.”
건강, 교육, 재정적 실수는 즉각적으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아요. 서서히, 그리고 갑자기 닥치죠. 그러나 이런 후회에도 해결책이 있어요.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두 번째로 좋은 시기는 바로 오늘이다’라는 말을 잊지 마세요.
문득 궁금합니다. 전 세계 2만 2,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생면부지인 당신에게 왜 자신의 후회를 열정적으로 털어놓았을까요?
글이나 말로 후회를 털어놓으면 마음의 짐이 줄어들어요. 친구에게 혹은 녹음기나 일기장에 15분만 후회를 표현해도 삶의 만족도가 치솟습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언어예요. 감정은 추상적이에요. 반면 언어로 털어놓거나 기록하면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어휘로 바뀌고, 위압감에 덜 사로잡힙니다. 후회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후회를 노출하고 다른 사람의 후회를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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