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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oom

유연하고단단하게 2010. 1. 28. 22:54


살면서 온전히 내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것이 (현재로서는) 딱 한가지가 있다. 바로 '내 생활의 공간'이다. 나는 딱히 '야심가' 타입은 아닌데, 많은 돈이나 높은 명예 같은 것을 쥐게 되었다가는 그것들이 내게 가져다 주는 만큼의 무언가가 또 내게서 앗아져 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나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나 좋은대로 살다가기를 원하는 타입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어쨌든, 깔끔한 외관을 갖춘 오피스텔의 아담한 투룸(15평정도). 적어도 30살 전에 이런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가끔 심심할 때마다 집 구조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다.


일단 티비는 없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커다란 - 꽤 강렬한 원색이 괜찮을 것 같다 - 소파가 원룸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소파는 나른해질만큼 지나치게 푹신한 느낌도, 몸이 긴장을 풀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느낌도 아닌 적당한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벽 앞뒤로는 고급스럽고 튼튼한 느낌을 주는 책장이 빼곡히, 그러면서도 답답하지 않을 만큼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 안에는 (대부분이)소설, 수필,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차례로 진열된다. 책장 가운데에 커다란 라디오가 놓여있고, 그 위에 걸린 선반에 가요, 팝, 클래식, 록, 힙합, 재즈 등 여러 분야의 시디들이 꽂혀있다. 나는 뭔가 특정한 카테고리의 음악만을 집중해서 들을만큼 끈기가 있거나 줏대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파와 잘 어울리는 색감의 러그가 깔려있고, 러그 위에 놓인 테이블에는 각종 잡동사니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노트북도 테이블 위에 놓여 있을텐데, 이 노트북에서 중요한 점은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 무게가 가벼워야 하며, 그리고 특히 키보드를 누르는 촉감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손끝에 쫄깃하게 착 달라붙는 느낌이어야 한다).

원룸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거실을 묘사하느라 빠뜨렸지만, 일단 이 원룸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게 될 공간은 아마 부엌일테다(특별히 원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의 원룸들이 이렇게 생겼으니). 아직 딱히 잘 만드는 음식은 없지만 나는 뭐든 직접 만들기를 좋아하고, 그런 점에서 요리하는 것도 좋아한다. 부엌을 갖춘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하게 된다면 여러가지 레시피를 시도해보고 싶다.
이 부엌과 연결되어있는 공간이 책들이 다닥다닥 꽂혀있는 거실이고, 거실 옆으로 베란다와 연결되는 공간에 침대가 가로로 놓인다. 베란다는 가능하면 트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침대의 맞은편이나 옆쪽에는 화장대가 놓인다.

이제 여기까지면 충분하다. 방 하나가 더 필요하긴 하다. 아무래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 보니 옷입는 쪽에도 제법 신경을 쓰는 편이기 때문에. 옷과 가방과 악세사리들을 넣어 놓을 만한 옷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전신거울이 놓여 있고, 집 밖에서 볼 때와 옷방 안에서 점검할 때의 스타일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지지 않도록 방의 조명은 환해야 한다. 옷방은 가끔 매트를 깔아 놓고 전신 거울을 보면서 요가를 하기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만큼의 공간을 소유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저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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