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91123

유연하고단단하게 2019. 11. 23. 14:55

빵집은 위험하다. 빵집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는 오감을 무자비하게 자극한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설탕과 시나몬의 달콤한 냄새. 몽롱하게 이성을 흐트러뜨리는 어둡고 노란 불빛. 순식간에 바깥과 다른 시공간으로 빠져들어버린듯 마법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먹지 않고 사지 않겠다던 굳은 결심은 빵집 안에서 스르르 녹아 흩어진다.

이성적이고 추하고 모든 의욕과 입맛을 떨어트리는 외부 현실과의 완벽한 차단을 위한 이러한 빵집의 연출적인 요소가, 다만 지나치면, 공간적 답답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카페보다 빵집의 좌석에 오래 머물기 힘든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유있게 머물기 위해서는 창이 크고 햇빛이 밝게 쏟아지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카페를 골라 가도록 하자. 물론 이런 실내 조건을 만족하는 카페 겸 빵집이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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