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0418

유연하고단단하게 2020. 4. 18. 18:47

 

오늘 먹은 것들.

 

더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동생이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면서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매일 하는 루틴으로 한시간 공복 운동을 한 뒤 액상홍차를 탄 두유와 작은 크로와상을 아침으로 먹었다.

마을 버스로 15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구립 도서관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회원가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퇴근한 아빠를 만났다. 손님이 없어서 일찍 퇴근해버렸다는 아빠와 두부 가게에 들렀다. 딸이 참 예쁘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둘째딸은 더 이뻐, 라고 자랑스럽게 아빠는 대답했다. 나는 동생과 비교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는 부모님에게 더 이상 나의 존재 가치를 폄하당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고 이제는 거기에 심각하게 흔들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코엑스 안에 있는 한 카페에 릿터에서 추천하는 책을 모아둔 공간이 있는데 참 좋아하는 곳이지만 최근에 가지 못했었다. 오랜만에 거기 가봐야지, 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천연덕스럽고 무례하게 기침을 하고 큰 소리로 웅얼거리고 혼잣말을 하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기분이 더러워졌다. 코엑스에 도착해서 카페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를 먹었다. 그러나 더러운 것과 코로나 병균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르는 시국에 외출했다는 사실이 옳지 않게 느껴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국 가고 싶었던 책방과 카페에는 오래 머물지 못했고, 빵집에 가서 까눌레와 무화과깜빠뉴를 사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갈증이 나 우유에 홍차원액을 타서 마시고, 토마토를 썰어서 스테비아를 뿌려 먹었다. 토마토를 찍은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남자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주고 인스타에도 올렸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소설 두 개를 연달아 읽었다.

다섯시가 좀 지나니까 출출해져서 사온 빵을 반씩 썰어 그릇에 담고 칡차를 끓였다. 빵을 먹은 뒤 다시 부엌에 가서 토마토달걀볶음을 하고 닭가슴살을 데워서 사우전드아일랜드드레싱을 뿌려 먹었다.

여기까지. 4월의 셋째주 토요일 여섯시 사십육분의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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